the Fall 02
Chapter 02_the Refusal
[바로 지난달 창간한 잡지가 순식간에 화재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그 잡지의 편집장을 이 자리에 모셔왔습니다. 여러분께 소개하죠, 화재의 잡지 HYG의 편집장, 아멜리아 오스왈드양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누워 뉴스나 볼 요량으로 텔레비전을 킨 피터는 키자마자 나온 쇼프로 로고에 채널을 돌리려다 곧 이어 나온 소개에 잠시 리모컨을 내려놓았고, 화려한 로고송과 함께 화면에 등장한 얼굴을 보곤 조용히 미소 지었다. 민트색 목도리에 눌려 다소 산만해보였던 검은 머리칼은 단정하게 틀어 올려져있었고, 어깨를 다 드러낸 까만색 드레스를 맞춰 입은 그녀가 무대 위로 올라 늘어진 소파 중 하나에 자리 잡는 것을 본 피터는 다음 뉴스 시간을 확인한 뒤 소파에 길게 누운 채 채널을 고정했다.
[불과 지난달 창간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판매부수는 여느 잡지 못지않은데요, 다들 파티 분위기시겠어요, 오스왈드양.]
[에이미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죠, 에이미.]
[어,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라면 아마 이 모든 영광을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과 그의 안티인 데일리 뷰글의 사장님이신 조나 제임슨씨에게 돌려야 되겠죠? 그 콤비가 아니었다면 다들 관심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저희 잡지를 구독 해주시는 모든 독자여러분과 열심히 리트윗 해주신 트위터 이용자 분들이나 공유를 해서 널리 알려주신 모든 SNS 이용자 여러분께도요.]
[조나 제임슨! 훌륭하신 사장님이시죠! 전 에이미가 조나 제임슨씨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그 칼럼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고요.]
[어머, 이 뉴욕시에 조나 제임슨씨를 싫어할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저도 조나 제임슨씨를 보고 자란 세대라고요.]
[그래서 제가 조나 제임슨씨를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다들 박수로 환영해주시죠!]
“와, 오후부터 왜 자리를 비웠나 했더니!”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하며 몸을 일으켰던 피터는 집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머쓱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 뒤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가 에이미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은 뒤 무대에 올라서면서부터 얼굴이 붉어져 있는 조나 제임슨을 보고서는 웃음을 터트렸다.
[안녕하세요, 조나 제임슨씨!]
[안녕하세요, 조나.]
[제임슨이라고 부르시오, 오스왈드양. 그리고 안녕 못하오.]
불퉁하게 말한 조나 제임슨이 대뜸 에이미와 호스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에이미가 소파 끝으로 자리를 옮기자 사람 좋게 웃어 보인 호스트가 들고 있던 대본 카드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와, 이건 아주 첫 만남부터 아주 불꽃이 튀네요. 이 열기에 제가 튀겨지겠어요. 뭐, 두 분 다 바쁘신 분들이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질문 들어갈까요? 에이미가 직접 쓴 그 칼럼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죠. ‘우리는 아주 쉽게 기억하고 아주 쉽게 잊곤 한다. 아무 이익관계 없이 세상을 돕고 구한다고 나서는 이들을, 혹은, 우리를 구한 그들의 이름을. 단순히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고자 하였다 하기엔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른 그들의 이름을.’ 단순히 이 문구만 보면 그냥 역사의식 고취를 위한 글이었을 텐데 문제는 그 칼럼이 스파이더맨 특집 기사라는 거겠죠. 아, 조나 제임슨씨?]
[내가 장담하는데, 그 망할 놈은 그냥 매스컴이나 타고 싶은 젊은 놈일 거요! 난 애초에 그 놈이 한 1,2년 해먹다 말 줄 알았어. 하는 짓이 딱 영웅 의식에 고취된 젊은 고딩 놈들이나 할 법한 거였거든.]
“직관력 한 번 쩌시네요, 보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고딩이었으니까, 뭐.”
시큰둥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피터는 아예 옆으로 길게 드러누운 채 언제든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손에 들었고, 짜증스러운 어조로 말한 조나 제임슨이 고개를 돌려 여전히 입매만 웃고 있는 에이미에게 눈을 부라리는 모습이 클로즈 없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부드럽게 휘어져 있던 에이미의 입 꼬리가 한쪽만 치켜 올라감과 동시에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잠시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 호스트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에이미가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조나 제임슨에게 말했다.
[조나 제임슨씨 말대로라면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히어로들도 다 십대 소년인가 보네요. 아니면 적어도 정신 연령이 그 수준이던가요. 아, 조나 제임슨씨 나이쯤 되면 그 나이 대는 다 어려 보이나요?]
에이미의 말에 관중들 사이로 웃음이 터졌고, 에이미의 말에 피식거리던 피터는 조나 제임슨의 목이 벌개진 것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가 카메라가 다시 에이미를 잡자 재빨리 입을 다문 채 에이미의 말에 집중했다.
[당신에게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걸고 넘어 지는 게 그의 비밀스런 신상이죠, 안 그래요? 일은 저지르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쵸? 근데 그 책임을 당신이 지나요, 아니면 그를 탓하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아니요. 데미지 컨트롤 팀이 따로 관리하잖아요, 제임슨씨. 애초에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는 이 뉴욕에서 하는 일은 별 거 없어요. 다들 큰 사건에만 얼굴 내밀고 손 흔들고 하는 게 다죠. 하지만 당신들의 친절한 이웃인 스파이더맨은 그들이 책임지지도 않고 책임질 생각조차 않는 뉴욕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아, 그의 합법성에 대해 떠들 거라면 내 기사나 좀 읽고 와요. 그가 당신들을 돕는 건 어디까지나 ‘친절한 이웃’의 선 안에서라고요. 거리에서 소매치기 잡은 시민이 뭘 받게 되는 줄 알아요? 용감한 시민상이요. 근데 스파이더맨이 소매치기를 잡으면 뭘 받는 줄 알아요? 당신 고함이요, 조나 제임슨씨. 오,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요? 그럼 절차에 얽매이게 되죠. 그게 행정구역이건, 도넛이나 먹으면서 사건 해결 자체에만 목매는 그런 사람들이 되건 말이에요.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오해 마세요. 전 그런 분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제가 말하는 기억해야 할 이름들은 바로 당신들 모두를 이야기 하는 거니까요. 다만 대표로 스파이더맨을 뽑았을 뿐이에요. 해야 할 일을 하면 당연시 하고, 해야 할 일이라는 명분하에 안타깝게도 그 일을 못해냈을 때 욕을 먹어야 하는 여러분 모두요. 신분이 노출되어 가족을 잃고 본인의 목숨마저 잃는 경찰관도 우린 봐왔고, 요원들도 봐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이 해낸 모든 일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후회하진 않겠죠. 하지만, 그들의 상실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 적어도 그들은 ‘사람들’을 상대로 일하죠. 하지만 당신들의 이웃, 스파이더맨이 상대하는 건 수퍼 빌런이에요. 일반 경찰이나 요원들로 잡기는 힘든데, 어벤져스는 등한시하기 쉬운 그런 어정쩡한 빌런들도 다수 끼어 있고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의 공권력을 과소평가 하거나, 깎아내리자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가까이에서 여러분의 이웃으로서 돕겠다는 이를 그저 흘려보낼 지언정, 적어도 욕하지는 말자는 거죠. 이 자리에 앉아계신 조나 제임슨씨처럼 말이에요. 아,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게 있는데, 조나 제임슨씨.]
사회자가 끼어들 틈도 없이 줄줄줄 읊던 에이미가 갑자기 어조를 바꾸더니 자세까지 고쳐 조나 제임슨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고, 에이미가 말하는 내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있던 조나 제임슨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로 말해보라고 하자 조나 제임슨 쪽으로 몸을 기울인 에이미가 방긋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팬도 아니면서 그렇게 스토커질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
[뭐요!]
[제 방에 스파이더맨 관련 스크랩북이 있는데 99프로가 당신 소유 회사 산물이더라구요. 이건 스토커가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방대한 양이잖아요? 전부터 묻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싫어한다면서, 뉴욕엔 공권력과 별 관련 없이 히어로 노릇을 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는데 굳이 스파이더맨만 그렇게 집요하게 파신 이유가 궁금해서요. 진짜로 비밀스러운 신상이나 공권력 무시가 이유라면 굳이 스파이더맨만 파실 이유가 딱히 없거든요. 여기서 제가 이름 좀 대볼까요?]
조나 제임슨이 에이미의 말에 무어라 받아치기도 전에 사회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조나 제임슨의 붉어진 얼굴을 잡고 있던 카메라가 재빨리 호스트를 클로즈 업하자, 답지 않게 당황한 호스트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 시간이 다 되었다네요. 광고 보고 오시겠습니다.]
호스트가 황급히 마무리하자마자 무대 전체를 잡은 화면 한쪽 끝으로는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조나 제임슨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잡혔지만, 다른 채널 뉴스 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리모컨을 조작하려던 피터는 무음으로 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곤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토니! 무슨 일이예요? 외계인이라도 떴대요?”
[핏, 누가 들으면 네가 그걸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들리겠다. 뭘 그리 흥분했어? 뉴스 볼 시간 아니야?]
“어……그게 말이죠…….”
[아, 그 쇼프로 보고 있었구만.]
“토니도 봤어요?”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도 나와 있는데?]
“네?”
[나더러 큰 사건에만 얼굴 들이미는 상병신이라는데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이참에 고소 선언도 하고 올 참인데? 그래야 좀 미국 같지, 안 그래?]
“토니.”
[농담이야, 농담. 오랜만에 만나는 네 팬인데 그냥 웃어 넘겨야지. 나중에 서면으로 보낼게.]
“토니, 농담으로 안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나야 농담이고, 아마 소방청이나 경찰청 같은 데선 농담이 아닐 걸. 벌써 나한테 전화한 사람만 두엇이야, 피터. 저 젊은 처자는 뭘 믿고- 아, 이런.]
“왜요? 또 무슨 일인데요?”
[아니야,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자고. 너도 전화 오는 거 같은데 받지 그래?]
토니 뒤로 요란한 소음이 들리는 걸 끝으로 전화가 끊겼고,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미친 듯이 깜박거리기 시작한 전화를 받은 피터는 받자마자 큰 소리로 울리는 고함에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기에서 얼굴을 떼어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는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파커! 지금 방금 내가 들은 게 욕인가?]
“아니요, 보스. 그냥 바퀴벌레를 본 거 같아서요.”
[집 좀 치우고 살게! 그보다 새로운 사진은?]
“어……지금 당장이요?”
[지금 당장이고 뭐고 간에 안 실린 사진 있으면 당장 보내! 저 여자 사진도 같이 보내고!]
“저 여자요?”
[내가 누누이 이야기 하지, 텔레비전 좀 보고 살라고! 에이미 말일세! 에이미!]
“엄……뭐, 대충 인터넷에서 찾으면 오늘밤에 쏟아져 나온 사진만 한가득일 걸요.”
[그건 알아서 하고! 그럼 당장 보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조나 제임슨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어깨를 으쓱인 뒤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던 피터는 이름 없이 번호만 떠오른 전화 알람을 한참이나 노려보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피터, 어땠어요?]
“뭐가 어땠는지는 나중에 답하고 누구시죠?”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설마가 사람 잡는 경우도 있네요. 아멜리아 허니 오스왈드요. 당신한테 이직 제안하고 저녁 데이트 신청했던.]
“아!”
그제야 누구한테 온 전화인지 알아챈 피터는 혼자 돌아가고 있는 텔레비전을 음소거 시킨 채 뉴스로 채널을 고정시키곤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에이미. 쇼는 잘 봤어요.”
[그래요? 그래도 이직은 물론이고 저랑 저녁 데이트할 생각도 없다는 건 잘 알겠네요.]
“음……. 전 다른 건 몰라도 제 보스가 엄청 빡친 건 잘 알겠던데요. 방금 전에 전화해서 당장 당신 사진 보내라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필요하면 말해요. 정식 요청이라면 그 정도 해줄 사이는 되니까.]
“그럴 건 없을 거 같아요. 어차피 그렇게 빡빡한 인사는 아니라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찾아서 보내도 될 테니까요.”
[그러다 고소당해요, 피터.]
“당신만 하겠어요? 지금 당장 받을 고소장이 못해도 두어개는 될 거 같던데요.”
[그거라면 괜찮아요. 제 보스한테는 무적의 변호인단이 있으니까요. 오스본 군단이라고 들어봤는지는 모르겠네요.]
“오스본이요? 그, 오스본?”
[뉴욕에 오스본이 서넛은 되나보죠?]
피터가 오스본이란 단어에 생각에 잠긴 사이 다른 누군가와 속삭인 에이미가 웃음을 터트렸고, 웅얼거리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피터는 아무 생각 없이 본 텔레비전에 뜬 속보 화면에 입고 있던 옷을 벗은 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스파이더맨 수트를 집어 들었다.
[어쨌든, 피터, 음, 그러니까, 내 분량은 끝나서요, 오, 이런. 아이언맨이시네. 고소장 보내실 거면 회사로 보내줘요. 피터? 듣고 있어요?]
머리와 어깨 사이로 핸드폰을 고정한 채 대충 수트 윗도리를 껴입으려던 피터는 그게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는 바지를 먼저 집어 들며 시선은 여전히 텔레비전에 고정한 채 대답했다.
“아, 네. 듣고 있어요.”
[어쨌든, 전 끝나서요. 음. 전 시간이 좀 남고 당신도 집에 있는 거 보면 별달리 할 건 없어 보이는데 저녁이나-]
“억.”
여전히 핸드폰을 머리와 어깨 사이로 고정한 채 서서 수트 바지를 입던 피터는 저녁이란 단어에 놀라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멀리 굴러간 핸드폰에서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피터?]
“아, 네!”
[어, 그러니까, 내 말은, 음. 저녁 같이 할래요?]
뒤에서 들리는 소음만큼이나 작게 속삭여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텔레비전을 응시하던 피터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침을 삼켰고, 계속된 정적에서 답을 읽은 듯, 에이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안 되면 그냥 말을 해요, 피터.]
“어, 그게, 흠.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처음엔 그 날 비도 왔고, 당신이 제 명함을 바지에 우겨 넣길래 당신이 제 명함을 잃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네요.]
“오스왈드양, 아니. 허니, 아, 그러니까 그, 허니 말고 당신 이름 허니요. 허니, 아니지, 에이미, 그런 게 아니라, 그게-”
[파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어요. 저도 평소에 이런 걸 권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하면 저도 사람인지라 비참해지기는 하거든요. 어쨌거나 다음에 볼 일이 분명 있을 텐데 어색하지 않게 인사 할 궁리나 하는 게 좋겠네요. 좋은 저녁 보내고 잘 자요, 파커.]
“……네, 에이미도요.”
피터가 대답하기도 전에 끊긴 전화 화면에 뜬 번호를 맥없이 바라보며 중얼거린 피터는 한숨을 내쉬며 아까 떨어뜨린 윗도리를 마저 주워 입고 거리로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터가 떠난 방에 홀로 돌아가던 텔레비전 화면에 스파이더맨의 등장을 알리는 속보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