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스파이디

the Fall 06

Spideypool 2016. 5. 11. 12:42

- 덷거미덷에 없는 이유는...나도 이 글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내 글은 완결이 날 때까지 정체를 알 수 없지!

- 그리고 이 글은 완결이 나지 않았어!

- 그러니 정체는 영원히 안드로메다로...

- 어차피 완결나도 쟤네 둘이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똑같다는 게 함정.




Chapter 06_the Failure


 힘없이 타워 내로 들어오는 피터의 모습을 CCTV로 확인한 토니는 굳이 아머까지 갖춰 입고 타워 중간의 빈 공간으로 하강해 피터에게 따라붙으며 전면 커버를 들어 올렸고, 한껏 신나 보이는 토니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피터는 자비스의 배려로 바로 1층에 와있던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빙글거리며 자신의 곁에 맴도는 토니가 엘리베이터 문에 꽉 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닫힘 버튼을 눌렀지만 닫힘 버튼은 빨간 불만 연속해서 들어올 뿐 토니가 안전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까지 닫히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토니가 안전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꼴을 보아야 했던 피터가 낮게 신음하며 엘리베이터의 버튼 바로 옆 구석에 몸을 붙이고 쏟아질 질문에 대비해 입을 굳게 닫았다.


 “그래서 첫 번째 데이트는 어땠어? 키스는? 손은? 설마 가슴까지-”

 “토니, 데이트도 아니었어요, 그건. 알잖아요, 그 날 저 폭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거.”

 “뭐야, 그래서 그냥 취소했다고?”


 토니의 불만스러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니가 피터에게 선물한 실험실이 있는 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피터의 곁으로 토니가 따라붙었다.


 “피터, 뉴욕시 모든 소방관을 퇴사하게 만들 참이야? 그냥 그런 건 좀 내버려둬! 애초에 그건 그냥 일반 가정 가스 폭발이었다고, 빌런도 없고, 테러도 아닌, 그냥 사고!”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니 시계, 이 멍청아!”


 짜증이 폭발한 피터가 토니에게 고함을 치자 토니 또한 이에 지지 않고 고함을 질렀고, 지나가던 직원 몇몇이 그들을 쳐다보자 목소리를 잔뜩 죽인 토니가 피터 가까이로 다가서며 속닥거렸다.


 “봐 바, 앞에 두 번은 니가 걷어찬 거나 마찬가지라서 그 뒤에 그 여자가 찬 건, 아니, 애초에 진짜로 일이 있어서니까 찬 것도 아니지. 여튼, 그래, 찼다고 치자. 어디까지나 니 입장에서. 그걸로 그 여자가 동점으로 쳐준 거잖아. 그 다음 저녁 식사 신청도 니가 나서서 한 것도 아니고 둘이서 반반한 거나 마찬가지고. 근데 그걸 거의 다 잡은 시점에서 니가 또, 걷어찬 거잖아! 잠만, 언제 걷어찬 거야? 만나고서, 만나기 전에?”

 “만나서 테이블에 앉은 뒤에요.”


 피터의 답이 떨어지자마자 몸을 조금 떨어뜨린 토니가 경악한 표정으로 피터를 쳐다보았고, 토니를 흘깃 쳐다본 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피터가 얼굴을 잔뜩 구기는 걸 본 토니가 다시 피터에게 다가서며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주문하고, 주문하기 전에?”

 “아, 쫌! 토니!”

 “아, 얼른 말해 봐. 주문하고, 주문하기 전에?”

 “주문하고요, 주문하고! 나 참. 됐어요?”

 “설마 나한테 계산도 여자가 했다고 하진 않을 거지, 핏?”


 토니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은 채로 빠르게 걸은 피터는 얼른 실험실 안으로 들어섰고, 막 닫히는 문 안으로 겨우 몸을 우겨넣은 토니가 피터의 침묵에서 답을 읽어내곤 기함을 하며 아머를 벗은 뒤 실험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한 피터에게 다가서며 닫힌 문을 확인하고 다시 큰 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야 전 가난하니까요!”


 성질이 나서 고함을 치고 나서 자괴감에 빠진 피터가 신음소리를 내며 아직 실험도구를 올려놓지 않은 테이블 위로 엎어졌고, 할 말을 잃은 토니가 손짓으로 의자 두 개를 불러와 하나는 피터 옆에, 하나는 자신이 올라앉자, 천천히 일어나 의자 위에 엉덩이를 붙인 피터가 두 손 위로 얼굴을 묻은 채 뭉개진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겨우 저녁 식사 한 끼에 400달러라니, 믿겨져요, 토니?”

 “딱히 놀라울 것도 없을 것 같다만…….”

 “잠깐 당신이 조만장자인 걸 잊었어요. 가난한 제가 나빴네요, 어휴.”


 피터의 말이 끝나고도 뭐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몇 번이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던 토니가 말하기를 포기한 채 피터의 등을 토닥였고, 고개를 휘휘 저은 피터가 그대로 테이블 위로 무너져 내렸다.


 “이제 안 되겠죠, 토니?”

 “응. 안 될 거야. 그냥 깔끔하게 포기해. 문자 같은 거 쓸 데 없이 보내지 말고. 안 그래도 지난번에 니가 피터 파커냐고 물어봤다면서. 서류 작업이야 끝내놨지만, 파고 들어가면 못 알아낼 것도 없는 상황인데 그 날 그 사건이 있었는데 넌 사라졌고, 사건 현장엔 스파이더맨까지 나타났으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아냐. 더군더나 조나 제임슨한테 줄 사진도 못 찍은 날이잖아.”


 토니의 말에 피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한 숨을 내쉰 토니가 더미 주니어를 불러 술병과 잔 두 개를 가져오게 시켰고, 가득 찬 잔 하나를 피터 앞으로 밀어준 뒤 자신의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우리의 연애 고자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