덷거미덷 다소 우울한 연성 및 창작을 위한 진단.
썰/덷거미덷 2016. 5. 19. 19:24 |- 피터가 죽고 나서의 데드풀로.
- 어렸을 적 데드풀이 어쩌다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된 적이 있었다는 설정.
[공식에 그런 설정은 아마...없을 듯?]
- 키워드는 불 꺼진 방, 관찰 / 중심 대사는 알아갈 수록 상처만 늘었어.
- 쓰면서 들은 노래
불 꺼진 방 안으론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얇은 커튼이 쳐진 창문을 통해 들어온 불빛이 긴 그림자를 방바닥에 그려내고 있었고, 거실로 발을 딛자마자 자신의 발 앞꿈치에서 움직이는 그림자에 멈칫한 웨이드는, 고개를 그를 향해 돌린 채 소파에 앉아있는 인영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안녕, 웨이드.”
소년은 말이 없었다. 도시의 불빛을 등지고 앉은 탓에 검은 그림자에 덮인 얼굴에 떠오른 표정 또한 그는 알 수 없었고, 그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그림자 속에 형태를 감춘 채 얕게 떨리고 있는 어깨뿐이었다. 아마도 숨죽인 울음을 토하고 있을 소년의 모습에 숨을 깊게 들이쉰 웨이드가 소파를 향해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그의 발이 움직임과 동시에 크게 움찔거리는 소년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웨이드는 앞을 향해 뻗었던 발을 거둔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네가 여기 올 줄 알고 있었어. 그리고 네가 무슨 선택을 할지도 알고 있지만 난, 아직도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어른들에겐 어른들의 사정이-”
애써 유쾌한 어조로 말을 이은 보람도 없이 그의 발치엔 거실 소파, 식탁 의자, 욕조, 침대를 비롯한 곳곳에서 자살한 사진이 던져졌고, 허리를 굽혀 희미한 불빛 아래 사진을 집어든 그는, 여전히 옅게 떨리고 있는 소년을 흘깃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좋아. 다 안다 이거지. 그럼 말해봐. 내가 아직도 여기 있는 이유가 뭐야? 내 이 지긋지긋한 인생을 끝낼 수 있는 건 너뿐이 없었는데 굳이 이 삶을 잇기로 한 이유를 말이야.”
“……그 이유를 들으러 온 건 저예요.”
신랄한 어조로 시작된 말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다 대꾸한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고, 한껏 젖어 있었다. 나이에 걸맞는 유약함, 아마도 범인(凡人)의 기준에선 동정심을 사기에 충분한 그 목소리는 웨이드에게만은 별다른 감상을 주지 못했고, 자신의 손에서 잔뜩 구겨진 사진들을 다시 바닥으로 내던진 웨이드는 소파에 걸터앉은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소년이 몸을 떨건 말건 더 이상 개의치 않은 채 앞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타이미 와이미라,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같아서 흥분할 것 같은데.”
“헛소리를 할 생각이라면 집어치워요. 난 그럴 생각도, 여유도 없으니까요.”
어느 새 울음기가 가신 목소리엔 오로지 분노만이 담긴 채 떨리고 있었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조차 제 색을 발하는 금발에 피식 웃은 웨이드는 소년의 반대편 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까만색 화면 위로 희미한 불빛을 반사하고 있는 텔레비전을 향해 시선을 박았다.
“뉴욕은 잘 구경했어? 캐나다랑은 많이 다르지, 안 그래?”
“제가 여기 와서 얻은 건 절망, 그것뿐이었어요. 당신, 아니, 나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늘은 건, 제가 바라던 희망이 아니라 상처뿐이었다고요!”
“그럼 네가 잘못한 거네.”
“네?”
“우리 삶에 희망이라니, 그것만큼 안 어울리는 단어는 없잖아.”
냉소적인 목소리로 소년의 말을 받은 웨이드의 시선은 여전히 까맣게 점멸해 있는 텔레비전에 박혀 있었고, 자신을 피해 시선을 돌린 웨이드의 얼굴 위에 덮인 마스크에 낮게 신음한 소년이 손을 뻗었다.
“보게 해줘요.”
“과거의 나일지라도 이 정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주지 그래.”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소년의 손을 쳐낸 웨이드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여 있었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다닥 거둬지는 손을 느낀 웨이드는 쓰게 웃었다.
“우리가 기다리는 사람은 늘 우리 곁으로 오지 않아. 우릴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도 없고, 우리가 돌아갈 집은 없어진 지 오래고 말이야. 그게 달라질 거라고 바라고 온 거라면 번짓수가 틀렸어. 내가 돌아갈 집은 여기 뉴욕엔 없거든.”
낮고 불규칙하게 들리는 호흡소리엔 어느덧 물기가 베어 나오기 시작했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지 않은 자신을 향해 짧은 칭찬의 말을 건넨 웨이드는 허리춤에 달려 있던 총집에서 총을 꺼내 소년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 집은 아주 먼 곳에 있어. 내 오랜 연인도 그곳에 있고.”
희미한 불빛이나마 정면으로 받은 웨이드의 얼굴 위에 박혀 있는 흰색의 눈동자엔 초점이라곤 없었고, 손에서 느껴지는 총의 서늘한 감촉에 몸을 떤 소년이 총을 놓치자 얼른 다시 그의 손에 총을 쥐어준 웨이드가 비죽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쇠를 그렇게 놓쳐버리면 안 돼지.”
“……정말로, 단 하나도, 당신을 이 세계에 붙들어 놓을 만한 게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나랑 다르잖아요, 그 긴 시간을, 여기서, 이 세상에서 살면서, 의지할 사람도, 우릴 사랑해줄 사람도 찾지 못했느냐고요!”
“내가 말했지, 우리가 기다리는 사람은 늘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고. 문 두드리는 일이야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 수 있고, 해왔고, 할 거야. 하지만 우리 둘 다 이미 잘 알고 있잖아. 그 문이 열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아니면 아직도 부족한가?”
“그럼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죠?”
“그야 당연히 타노스, 그 개새끼가-”
[안녕하십니까, 뉴욕 시민 여러분! 부디 즐거운 주말 저녁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웨이드의 말을 끊고 예약 시간에 맞춰 켜진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메운 콧수염의 사내는 양쪽 눈썹이 닿을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소년의 얼굴이 텔레비전의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웨이드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뉴욕 시내를 활보하고 다닌 스파이더맨의 소식부터 전하죠.]
“스파이더맨.”
“그래, 스파이더맨. 우리가 그토록 우리에게 와주길 바라던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그 스파이더맨. 그래서 뭐 어쩌라고? 캡틴 아메리카나 저 자식이나 우리한테 쥐뿔도 관심이 없는데. 우리를 위한 영웅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없어.”
자조적으로 웃은 웨이드가 전원을 끄기 위해 리모컨을 향해 손을 뻗자, 한 발 앞서 리모컨을 집어든 소년이 열망어린 눈빛으로 텔레비전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어느 새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총을 집어든 웨이드는 조용히 총의 잠금쇠를 풀었다.
“스파이더맨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느 스파이더맨? 요새는 스파이더맨이 하도 많아서-”
“내가 누굴 말하는지 잘 알잖아요.”
“그럼 네가 시제를 틀렸다는 것도 알았어야지.”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린 웨이드가 다시 시선을 돌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가리켰고,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 검은색과 빨강으로 이뤄진 수트를 확인한 소년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스파이더맨이 있었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스파이더맨이. 비명만 지르면 흔들린 거미줄 진동을 느낀 거미처럼 무조건 달려오는 멍청한 애가 말이야.”
굳이 어둠 탓이 아니더라도 검은 색의 총구가 소년을 향해 겨눠졌다.
“하지만 이젠 없어. 이제는 없다고. 멍청하게도 죽어버렸거든.”
빛을 받고 빛나는 흰색의 눈동자들은 아무것도 담아내지 않은 채 자신들의 자리만을 지키고 있었고, 늘 그렇듯, 그의 수트는 피로 물들인 듯 붉었다.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아마 상상조차 못할 걸.”
“그럼 당신이 날 죽일 수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아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평행 세계는 무수히 많아. 난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인 거고. 물론, 거기엔 웨이드 윌슨이 쭉 살아있는 세계도 있을 거고, 우리가 벌인 일 때문에 패러독스가 일어나서 쫄딱 망한 세계도 있을 거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내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어서 평화로운 세계도 있을 테지.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드디어 죽을 수 있다는 거야. 내 피터가 드디어, 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라고.”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단호한 목소리와 달리 방아쇠에 놓여진 손가락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멎어 있었고, 자신을 향한 까만 구멍을 응시하던 소년의 고개가 바닥을 향해 떨궈졌다.
“그게 당신의 답이라면, 그게 우리가 그 긴 시간을 보내고도 내린 결론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저도 쓸 데 없는 삶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아요. 당신이 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꽤 지쳤거든요. 아마 앞으론 더 지칠 법한 일들이 생기겠죠. 지금이 아니라면 이런 선택조차도 불가능해질 거고요, 그쵸?”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소년의 고개가 들리자 텔레비전의 화면 빛을 받아 드러난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웨이드는 가늘게 떨리기 시작한 손을 다잡기 위해 축 쳐져 있던 왼손을 들어 오른손을 받쳤고 그에게 부드럽게 웃은 소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쏴요, 웨이드. 언제 올지 모르는 이를 기다리는 게 얼마나 고되고 절망스러운 일인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 일을 또 다른 이에게 하기엔 나도, 당신도, 너무 많은 일을 겪어버렸죠.”
소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고, 오히려 처음부터 꽤나 단호했던 웨이드의 목소리보다도 의지로 굳어 있었다.
“그래도 살고 싶었어요. 그래도,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이 삶이 나아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거든요. 당신도 알다시피 내 나이 때엔 부질없는 희망이 숨을 붙들곤 하죠. 그래서 어쩌다 기회를 잡았을 때 확신을 얻고 싶었어요. 내가 살아도 된다는 확신, 아니, 언젠가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요. 나한테도 그런 날들이 온다는 걸 보고, 내게 그 시간을 가질 기회를 주고 싶었고, 열리지 않을 문 앞에서 허비한 그 시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졌던 나날들이 그렇게 헛되지는 않았다는 걸 증명 받고 싶었거든요.”
소음에 불과한 소리를 내뱉던 텔레비전은 스파이더맨 코너가 끝나자마자 점멸했고, 이제 다시 어둠 속으로 얼굴을 숨긴 소년의 턱짓을 따라 시선을 내린 웨이드는, 거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데스 뿐만 아니라 죽음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단 건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기부터는 그게 완전히 멈춰 있더라고요. 난 그게 내 희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없이 죽음을 택했던 당신이 죽음을 외면한 그 시기가 내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시기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느 새 소년의 말을 경청하느라 흐트러진 총구로 소년의 손이 닿아왔고, 정확히 소년의 머리에 맞닿아진 총을 뒤로 빼려던 웨이드의 손을 소년의 다른 손이 붙잡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죽는 일이라면 끔찍해하던 당신의 연인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는 거였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날 쏘면, 당신의 연인한테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지 않고도 영원히 죽을 수 있어요. 우리 둘 다 영원히. 나는 이 헛된 희망을 여기서 버리고, 그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지 않을 수 있고, 당신 또한 그 끔찍한 일들 끝에 찾아온 짧은 행복이 또 다시 절망으로 뒤바뀌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겠죠.”
총구를 제 이마에 갖다 댄 소년의 눈은 조용히 감겨있었고, 여전히 잠금쇠가 풀린 총은 소년의 손에 붙들린 채였다. 애진작에 뿌리칠 수 있는 그 연약한 손에 붙들린 채로 총을 움켜쥔 웨이드의 손 위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고, 희미하게 방 안을 비쳐오던 불빛이, 별안간 불어온 바람에 휘날린 커튼 탓에 순간 밝아진 것도 그 때였다.
“넌 웨이드가 아니잖아.”
“그게 진짜 이름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니였어요?”
“내 말은, 넌 내가 아니야. 나일 수가 없어.”
소년의 눈은 여전히 감겨있는 채였고, 잠시간 밝아진 불빛 아래 드러난 머리칼의 뿌리는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피터 벤자민 파커.”
“어쩌면 그게 진짜 이름일 수도 있겠죠.”
비식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며 떠진 소년의 눈은 머리칼보다도 짙은 갈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또 다시 손을 움직여 이번엔 양 손으로 웨이드의 두 손을 감싼 소년이 애달프게 웃었다.
“난, 당신이 살았으면 해요. 난, 언젠가 이 나이 또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찾아왔을 때 당신이 옳은 결정을 해주었으면 해요, 웨이드. 우리의 시간들이 모조리 없던 일로 돌아가는, 그런 결정이 아니라, 내 연인이었던 웨이드 윌슨이 없는 세계관은 없는, 그런 결정이요.”
총은 이미 바닥에 떨궈진 채였고, 여리디 여린 두 손이 어설프게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던 웨이드가 웅얼거렸다.
“그럼 나는?”
“웨이드.”
“그럼, 네가 없는 세상에서 홀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나는? 나조차도 데스가 영혼들을 데리고 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하는데, 그런 곳에 널 혼자 두고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나는?”
웅얼거림으로 시작한 말은 어느 새 고함으로 뒤바뀌어 있었고, 울음 섞인 외침 끝에 무릎을 꿇고 작기만 한 두 손을 자신의 손 안으로 감싸 쥔 채 입을 맞춘 웨이드가 고개를 들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얼굴을 한 소년에게 시선을 맞춘 뒤 말을 이었다.
“난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피터. 난, 핏, 나는, 이런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널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저 끊임없이 실망하고 배척당하는 것에 익숙해서, 그래, 따스함이라곤 모르는 극지방 생물들처럼 그 외로움에 익숙해서 행복이 뭔지, 사랑받는다는 게 뭔지 모르는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차라리 그냥 난 원래 이런 세상에 사는 놈이다, 하고 미친 척 돌아올 리 없는, 답 없는 애정공세나 하던 그 미친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아니, 사실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내가 어떻게 널 버리겠어, 내가, 어떻게 널 내 삶에서 떼어놓을 수가 있겠느냐고, 피터. 그러니까, 그냥 모조리 없던 일이 되어버리면-”
“그럼 난 어떻게 하라고요, 웨이드?”
웨이드의 말을 끊은 소년의 눈에서는 기어코 눈물이 흘러내렸고,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느낌에 웨이드가 숨을 삼킨 사이 자신의 손을 감싸쥔 웨이드의 손에 입을 맞춘 소년이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이 내 삶에 있어서 감사했어요. 그게 얼마나 짧고 덧없었는가는 중요치 않아요. 당신 없는 세상에서 살 내 생각은 해봤어요?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소린지는 잘 알아요,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잔인한 요구인지도 잘 알지만, 그치만, 난 당신이 필요해요. 내 삶에, 당신이 필요하다고요. 그거면 안 될까요? 그것 때문만이라도 삶을 선택해줄 순 없나요?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이가 나타날지도 모르죠.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가요.”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어지려는 웨이드의 입술은, 내저어진 고개에 다시 다물어졌고, 이번엔 웨이드의 손대신 이마에 입을 맞춘 소년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웨이드. 난, 당신이 나랑 데스가 질투에 몸서리치며 찻잔을 내려놓다 찻잔 받침이 박살이 날 정도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손 안에서 느껴지던 온기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소년을 통과해 자신의 얼굴로 쏟아지기 시작한 빛무리를 느끼기 시작한 웨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부디 살아줘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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