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뉴욕은 고요했다.


 원래도 낮보다야 고요했지만, 근래 들어 매일같이 한 건씩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밤에 돌아다닐 용감한 범죄자는 없었고, 어쨌거나 살인범이 있다는 사실에 겁에 질린 시민들도 일찍 귀가하기 시작한지 오래였다.


 익숙지 않은 고요함 속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피터는 아래쪽에서 들려온 둔탁한 소리에 재빨리 옥상 난간 아래로 뛰어내렸다.


 “자, 다들 동작 그만!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피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를 구석으로 몰고 있던 사람이 악마라도 본 것 마냥 화들짝 놀라며 피터를 멀찌감치 피해 골목 밖으로 도망쳤고, 피터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태평하게 골목에서 걸어 나온 사내가 피터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한 것도 없는 데요.”


 피터의 말에 비죽 웃은 사내가 어쨌거나 스파이더맨 덕이라며 피터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들은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피터가 이내 옥상 난간에서, 그리고 빙수집에서 마주쳤던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곤 재빨리 그를 따라잡아 붙잡아 세웠다.


 “뉴스 안 보세요? 요새 살인범 돌아다닌다는 소식도 못 들으셨어요?”

 “봅니다. 그 살인범 범죄자만 잡는다면서요. 하긴 조나 제임슨 말론 스파이더맨이 종적을 감췄다던데, 여기 있는 거 보면 뉴스를 믿어도 되는 건가 싶긴 하네요.”

 “흠흠, 좀 쉬었던 것뿐이에요. 어쨌든 할 일도 없는데 데려다드릴게요!”


 대화를 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모자챙 아래로 얼굴을 숨기고 있던 사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웃음을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인 피터가 그의 옆에 서서 어서 가자는 시늉을 하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살인범일 수도 있는데, 안 무섭나 보죠?”

 “설마 살인범이세요?”

 “글쎄요…….”


 피터의 장난스런 물음에 말끝을 흐린 사내가 어깨를 으쓱인 뒤 가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피터가 그의 집 방향이 그 쪽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건 나중의 일이었다.


 * * *


 늘 그렇듯 그 곳은 고요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들이 가득 찬 하늘을 쳐다보던 그는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엔 그 어느 빛도 허용하지 않는 그림자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 안 남았어.”

 [리스트는 계속 생겨날 거야. 늘 그랬잖아. 오늘도 봐바. 그 쪼그만 녀석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고.]

 “그거야 우리가 너무 많이 죽여서 그렇지. 적당히 텀을 둬야 하는데-”

 [그러다 죽으면?]


 섬뜩한 내용과 달리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선 즐거움이 묻어나고 있었고, 웃는 있는 사람처럼 일렁이는 그림자를 응시하던 데드풀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 있어야 할 이는 없었다.


 [데스라면 네가 벌인 일 때문에 무척 바빠.]

 “아니면 그냥 내가 보기 싫을 수도 있지.”

 [데스가 죽음을 마다한다니, 그보다 웃긴 농담은 없었어, 웨이드. 역시 넌 웃겨.]

 “웃기라고 한 소린 아니었는데 둘 중 하나라도 즐겁다니 다행이네.”

 [날이 밝는군.]

 “일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하는 힐링 팩터라니까.”


 신랄하게 빈 공간을 채우던 말은 끝에 가서 어그러졌고, 아직 덜 아문 듯 늘어져있는 턱을 끼워 맞춘 데드풀은 화장실 앞으로 늘어진 푸른 그림자를 확인한 뒤 다시, 총을 들었다.


' > 덷거미덷' 카테고리의 다른 글

Run  (0) 2019.07.07
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3  (0) 2019.02.21
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2  (0) 2019.02.21
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1  (0) 2019.02.21
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0  (0) 2019.02.21
Posted by Spideypool
:

01.


 그에게 있어 상실이란 익숙한 단어였다. 비단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혹은 친구를 잃는다거나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그 상실이란 단어는 때때로 자신의 기억, 장기에도 들러붙었으며 너무 긴 세월동안 이어진 상실 탓에 그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그 ‘상실’이란 단어가 없었던 때를 잊은 지 오래였다.



02.


 상실이란 단어는, 그의 삶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였고, 아무 때나 찾아와도 놀랍지 않을 동반자였기에 그는, 그 치의 방문을 달가워하지는 않을지언정 밀어내거나 막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지 오래였다.



0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터 파커에게만은 그 단어가 들러붙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04.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끈덕진 인사는 기어코 그, 피터 파커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져버렸고, 그는, 피터 파커가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이 그 상실이란 단어에 들러붙기로 결심했다.



05.


 그 일은, 아주 쉽고도 어려웠으며 수많은 것들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지만 ‘살아있는’ 피터 파커를 잃은 그에게 그 모든 것들은 한낱 추억 나부랭이에 불과했고, 그 것들 중 그에게 ‘살이있는’ 피터 파커를 되찾아 줄 수 있는 것은 전무했기에 그는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 모든 것들을 가뿐히 떨쳐낸 뒤 새빨간 색 버튼을 눌렀다.



06.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에게 늘 그렇듯, 혹은 새빨간 버튼이 늘 그렇듯, 행동엔 대가가 따랐고, 그에게 있어 그 대가란 그가 머물 수 있는 곳은 꿈에 국한된다는 것이었다.



07.


 그는, 그 꿈들을 통해 ‘살아있는’ 피터 파커들을 만날 수 있는 데에 만족하기로 했다.



08.


 이제 그는, 모든 세계의 ‘살아있는’ 피터 파커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09.


 하지만 상실이란 단어는 여전히 그의 그림자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닫힌 문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그는 절망했다.



10.


 그는, 여전히 열린 문을 찾아 꿈속을 헤맨다.


 

Posted by Spideyp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