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1.21 젠풀, 스파이디, 타노스.
  2. 2015.10.12 덷풀이랑 죽음이랑 타노스

젠 : 안녕, 스파이디!

스 : 아, 제발.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요, 데드풀.

젠 : 왜? 넌 지금 여기 혼자 있고, 아무도 널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잖아. 그리고 니 앞엔 거대한 적이 있고 말이지. 난 널 돕고 싶고 그래서 여기 온 거라고, 허니. 진짜 진심으로 심각하게.

스 :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은 여기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요.

젠 : 아니지, 넌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다, 고 했잖아. 안 될 거 같은 거랑 안 되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안 될 거 같은 건 있어도 되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이고 말이지. 그래서, 난 널 도울 거야.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을 못 살게 할까봐 걱정 되는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난 이제 더 이상 그런 건 안 하거든. 내 코스튬 안 보여? 난 데드풀이 아니라 젠풀이라고!

스 : 그러니까! 여기 있어선 안 된다고요! 망할! 웨이드, 제발 좀 가요!

젠 : 좋아. 이게 다 뭔 일이람? 내 작은 스파이디가 망할이라고 말하다니! 내가 들은 걸 믿을 수가 없구만.

스 : 제 적이 바로-

타 : 난 타노스, 네 마지막이자 무덤이다.

Posted by Spidey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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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멀고 먼 옛날, 그러나 그렇게는 멀지 않은 어느 시대에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다른 이의 피와 함께 하는 게 일상이었던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다른 사람의 피로 이뤄진 웅덩이에 서서 조용히 생각했더랬습니다. 그가 살아온 모든 나날을 적셔온 그 피에 대해 말이죠. 그리고, 그는 이내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은, 이 피바다 속에서 살지 않겠다고, 그리고, 더 이상은, 자신 때문에 죽는 이가 생기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는 날이 좋은 어느 날, 풀 향기가 싱그러운 들판에 누워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자신의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몇 번의 해가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고, 몇 번의 달이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야윌 동안, 죽음을 기다리던 그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자신이 죽을 수 없는 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세상을 저주한 그는, 그 들판에 눕기 전 땅 속에 파묻었던 자신의 모든 무기를 꺼내들고 다시 세상 속에 뛰어들며 다짐했습니다. 만일, 이게 그의 운명이라면, 그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 세상을, 그리고 그 스스로를 시뻘겋게 물들이더라도 상관치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기도 이 전인, 아주 멀고 먼 옛날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아주 다정한 여인이었지요. 그녀는, 해가 막 지고 붉게 물들다 이내 보라색으로, 그리고 그 보라색이 그녀의 머리칼을 닮은 짙은 어둠의 빛깔로 바뀌었을 때의 하늘을 수놓는, 그 수많은 별들의 속삭임이나 내일 질 것임을 알면서도 오늘을 위해 봉우리를 벌리는 꽃들, 하늘에 뜬 매 그림자를 보지 못한 채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또 때가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 그 가녀린 날개를 퍼덕이는 나비들이나 하다못해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길가의 잡초까지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아주 멀고 먼 옛날, 더 이상은 자신의 걸음을 옮기지 않고, 그 무엇에도 자신의 손길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발길이 닿을 때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 모든 것들이 공포에 질려 숨을 죽이는 것이나, 자신의 손길에 닿은 그 모든 것들이 빛을 잃은 채 스러지는, 그 모든 것들에 지친 지 오래였고,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모든 것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 자신이 영원토록 홀로 지내게 되더라도 그 모든 것에서 발걸음을, 손길을 거둔 채 관망하는 것뿐이라 생각했기에,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 수많은 나날을 삭막한 사막에 누워 수천 개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몸을 던지고 한껏 살이 올랐던 달이 여위었다 다시 차오르는 것을 보는 것으로 소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몸을 일으켜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선 그 무엇도 죽지 않았고, 그 무엇도 그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켜서지 않았기에, 오로지 따스한 봄과 찌는 듯한 여름, 그리고 화창한 가을만을 알던 꽃과 나비는, 겨울의 매서움을 깨달아 갔고, 늘 자신의 자식을 앗아가는 것에 분노하던 대지는, 빈틈없이 뿌리를 박은 식물들에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녀를 이해하던 하늘은, 젊은 별들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매달린 늙은 별들과, 날이면 날마다 태어나는 별들을 붙잡으려고 애를 쓰다 결국, 그 나래를 부러뜨린 채, 식물들로 가득한 대지 위로 자신의 자녀들을 떨어뜨려야만 했습니다. 대지 위의 모든 것들은, 세상을 대낮과도 같이 밝히며 타오르는 불에 신음하면서도 그 숨이 끊어지지 않아 비명을 내질렀고, 사막의 고운 모래 위로 별들이 쏟아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그 모든 것의 생명을 거두어갔습니다. 


 그녀의 손길을 두려워하던 모든 것들은, 처음으로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안도하며 마지막 숨을 토했고, 추락한 별들의 빈자리로 비집고 들어온 구름이 비를 쏟아 불을 잠재웠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그녀는 끊임없이 걸었고, 끊임없이 모든 것들을 어루만졌습니다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의 손길에 불만을 토하거나 자신에게 남은 나날들이 있을 거라 우기지 않았습니다. 그 별들의 추락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그로부터 수많은 나날들이 흘러, 그녀는 그 사내를 만났지만, 그 사내는 그녀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녀라고 매번 그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인간들을 다른 것들만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자신의 손을 내미는 것만큼은 되도록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그녀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그 사내의 존재는 처음에는 그렇게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사내는 몰랐겠지만, 그 사내가 들판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내내 그녀는 사내의 곁에 앉아 내내 사내를 쳐다보았고, 어째서 이 사내가 이토록 자신의 손길을 바라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버린 사내에게 그가 바라는 것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 사내가 하늘의 색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내내 두 손을 모두 품 안으로 감춘 채 사내가 포기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사내는 포기한 채 벌떡 일어나 냅다 고성을 내질렀고, 그 소리에 놀라 주저앉았던 그녀는 대뜸 땅을 파 무기를 든 사내를 따라가 그 사내가 들판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의 타코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양새를 구경했습니다. 사내는 더 이상 조심스럽게 굴지 않았고, 점차 수세에 몰려 출혈이 늘어갔지만, 그저 또 공격하고 공격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죽기 직전에 이른 그는, 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분명이 천박한 욕설이나 늘어놓을 거라 예상한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 보인 후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그 둘의 첫 대화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이름과 나이를 묻고는 이내 숙녀에겐 실례였다며 자신의 질문을 철회했다가, 그녀의 몸매를 칭찬하는 와중에 다시 깨어났고, 이전처럼 냅다 고성을 지른 채 텅 빈 마을을 지나 도회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그녀가 따랐습니다. 그 뒤로도 그 둘은 몇 번이고 짧은 대화로 서로를 알아갔고, 이내 자신들의 첫인상보다 상대가 매력적이라는 데에 동의한 채, 그의 다음 빈사상태를 기다렸습니다. 물론,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단 한 번의 손길로 그와 영원히 함께 할 수야 있었습니다만, 그녀는, 그가 때가 되어 자신의 곁으로 오길 바랐고, 처음엔 그에 대해 불만을 표하던 그도 이내 그녀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방식을 알고 나서 부터는 그녀의 그런 결정에 이의를 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사랑해온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많은 것들을 해왔고, 그 모든 일들을 볼 때 당연히 그녀가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 사내의 등장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굳이 빈사상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였고, 그녀 또한 그에게 호기심을 갖던 때가 있기야 했습니다만, 그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그녀가, 그리고 그 사내가 바라마잖던 그 날이 온 날, 그는 영원히 그 둘이 함께할 수 없는 방법을 떠올리곤, 그 사내의 무덤 앞에 서서 몇 마디의 말과, 오줌을 갈기곤 회심의 미소와 함께 자신의 저택으로 다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영원히 죽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영원히 말이죠. 그는 몸도 불태워보았고, 자신의 몸을 갈가리 찢어도 보았습니다만, 돌아오는 것은 끔찍한 고통과 또 다른 실망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허송세월한 수많은 나날 뒤에야 그 사내는 현실을 인정했고, 그녀 또한 자신들의 앞에 닥친 이 불운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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