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 Crown #04
썰/덷거미덷 2017. 11. 25. 19:19 |Chapter 04_핫도그와 타코.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벤자민은 뒤의 피터가 따라오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정문을 향해 달렸고, 갑작스런 벤자민의 질주에 당황해 벤자민을 앞질러 뛴 뒤 그의 앞을 가로막은 피터는 씩씩거리는 벤자민을 붙잡은 뒤 키를 낮춰 벤자민과 눈을 맞췄다.
“벤자민, 좀 있으면 끝날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자.”
“놔줘요!”
“뛰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놔줄게.”
“놔, 달, 라, 고, 요!”
있는 힘껏 소리 친 벤자민 덕에 1층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게 된 피터는 재빨리 벤자민을 잡고 있던 손을 놓는 대신 거미줄을 쏴 간접적으로 벤자민의 손을 잡았고, 불쾌한 표정으로 거미줄을 쳐다보던 벤자민이 포기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좀 있으면 타코 가게 런치 타임인데.”
“뭐?”
“타코 가게 런치 타임이라고요! 런치 스페셜이 나온단 말이에요!”
의아한 표정으로 벤자민의 말을 듣던 피터는 벤자민이 나타났던 거리에 데드풀이 자주 가는 타코 가게가 있다는 걸 떠올리곤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벤자민 옆에 쪼그리고 앉았고, 샐쭉한 표정으로 벤자민이 피터를 노려보았다.
“나랑 같이 가면 대화가 끝나기 전에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웨이드 아빠 것도 사야 돼요.”
데드풀을 ‘아빠’라고 칭하는 말에 잠시 멈칫했던 피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깊은 한숨을 내쉰 벤자민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피터의 품에 안겼다.
“벌써부터 안길 필요는 없어.”
“아, 네.”
“장난이야, 벤자민.”
정색을 하며 떨어지려는 벤자민을 한 손으로 안은 피터는 빠른 속도로 건물 밖을 향해 달린 뒤 뛰어올랐고, 자신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이 가해지는 걸 느끼며 속도를 늦췄다.
가는 길에 사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해봤자 소매치기, 좀도둑이 다였고, 빠른 속도로 해치운 피터는 간신히 제시간에 맞춰 타코 가게에 벤자민을 들여보낸 뒤 주변을 살폈다.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거리는 밤이면 더 아름다울 터였다. 어젯밤엔 너무 늦은 밤이었던 탓에 조명이 다 꺼진 시각이었고, 설사 켜져 있었더라도 할렘가에서 지름길로 가는 바람에 그 광경을 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피터가 오늘 밤에 둘을 데리고 어디 건물 옥상에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을 때 피터의 가슴께에 무언가가 들이밀어졌다.
“뉴욕 타코의 런치 스페셜이에요. 어제랑 오늘 택시 값이요, 스파이디 택시 기사씨.”
아이의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것과 닮은 새하얀 김이 흰색 봉투 밖으로 피어오르고 있었고, 아이의 손에 쥐어진, 조금 더 큰 갈색 봉투를 응시하던 피터가 봉투를 받는 대신 거미줄을 뿜어 그물 가방을 만들어냈다. 가방을 완성한 피터가 벤자민이 조금이나마 웃지 않을까 싶어 자랑스레 가방 입구를 벌려 벤자민 앞으로 들이밀었지만 시큰둥한 표정으로 피터를 쳐다보던 벤자민은 등 뒤로 메고 있던 가방을 끌러 열었고, 피터가 머쓱한 표정으로 거미줄을 대충 감아 쓰레기통으로 처박았을 때 벤자민의 입 밖으로 작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
텔레포트 벨트를 챙겨 오랬다던 토니의 말을 들은 피터는 빈손이었던 데드풀을 떠올리곤 벤자민을 향해 그거라면 나중에 보여줘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타코 봉투를 가방에 쑤셔 넣은 벤자민이 난감한 표정으로 피터를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여기서 제일 맛있는 핫도그 집이 어디예요?”
의외의 질문에 피터가 당황할 틈도 없이 재빨리 가방을 등에 멘 벤자민이 피터에게 안기며 채근했고, 당황스러움에 눈을 깜빡이던 피터는 이내 단골 핫도그 집 방향으로 거미줄을 쏴올렸다.
웬 꼬마와 나타난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는 듯 했던 핫도그 가게 사장은 인심 좋게 서비스까지 넣어 벤자민에게 건넸고, 핫도그를 품에 안은 벤자민은 다시 피터의 품으로 뛰어올라 피터를 재촉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
피터의 조심스런 질문에 벤자민이 두 눈을 더 굳게 감았고, 피터가 대답 듣기를 포기 했을 때 벤자민의 입이 벌어졌다.
“아빠가 온 거 같아요. 통신기에 수신 이력이 남아있는데 아직 못 봤어요.”
“아빠?”
“네, 피터 벤자민 파커요! 당신이 죽인 웨이드 아빠 말고 피터 아빠요!”
“뭐?”
피터의 거듭된 질문에 짜증이 난 듯 크게 외쳤던 벤자민은 피터의 되물음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고, 피터는 삐끗하려던 균형을 재빨리 잡은 뒤 다시 스타크 타워를 향해 거미줄을 쏴올렸다.
그 둘이 스타크 타워에 도착했을 땐, 품에 안긴 벤자민도, 핫도그도 아직 따뜻한 채였고 서둘렀던 벤자민을 배려해 토니가 그토록 싫어하는 창문으로 들어가기를 시전한 피터는, 그들이 떠날 때와 숫자는 같지만 사람은 다른 건물 내부 상황에 당황해 하며 벤자민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벤자민.”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청년은 데드풀과 뭔가 진지하게 대화를 하다 자동으로 열린 창문으로 들어선 그들을 향해 돌아섰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아이를 안아들더니 벤자민이 건네는 봉투를 받아들곤 웃음을 터트렸다.
깔끔한 정장에 깨끗하게 넘긴 머리카락, 다정한 목소리를 한, 자기 자신과 똑같아 보이는 사람을 쳐다보다 그 옆에 서서 벤자민이 주는 타코 봉투를 받아드는 데드풀을 쳐다보던 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그 때, 데드풀이 그를 불렀다.
“허니, 아니, 스파이디. 당신 앞에서 다른 사람한테 허니라고 하면 좀 그런가?”
데드풀의 말에 피터를 흘깃 쳐다본 청년이 미묘하게 웃으며 데드풀에게 고개를 저었고, 피터나 청년과 다른 의미로 그걸 받아들인 데드풀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내가 당신이랑 결혼한 것도 아니고. 스파이디, 이거 받아.”
데드풀이 벤자민에게서 받은 흰 색 봉투는 피터를 향해 던져졌고, 깔끔하게 타코 봉투를 받아든 피터는 그 뒤로 무언가 말이 쏟아져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그 뿐이었다. 데드풀의 시선은 피터가 타코 봉투를 받아낸 순간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벤자민과 청년을 향해 돌아갔고, 피터가 그대로 뒷걸음질 쳐 밖으로 뛰어내릴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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