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ll 13

썰/스파이디 2016. 5. 11. 12:53 |

Chapter 13_the Statement.


 “토니?”

 “아, 글쎄, 걔는 그럴 애가 아니라고!”

 “설마 기자회견장 가서도 그럴 건 아니죠?”

 “그럼 뭐라고 그래? 당신 성명서처럼 우선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스파이더맨이 속한 어벤져스의 멤버 중 하나로,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속해있는 쉴드의 국장으로서 심심찮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로 시작할까? 그랬다간 다들 걔 잘못을 인정하는 거라고 난리들 날 걸?”


 페퍼의 날카로웠던 어조만큼이나 날을 세워 답한 토니는 걸음을 멈춘 뒤 갑자기 돌아섰고, 그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던 페퍼는 지나치게 가까워진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한걸음 물러선 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인 토니의 넥타이를 고쳐 매 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그 친구를 보호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짜고짜 그렇게 말할 생각은 마요. 오히려 반감만 더 불러일으킬 테니까. 언론 대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늘따라 왜 이래요? 어차피 기자회견장에 데일리 뷰글이나 스파이더맨, 어벤져스에 적대적인 신문사는 초청되지도 않았고, 왔다 하더라도 발언권은 안 주면 그만인 일이잖아요.”

 “라고 우리의 비서 페퍼 포츠양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아주 잘 먹히겠다.”

 “남에 기사를 보고서라도 악의적인 추측 기사를 쏟아낼 신문사들이에요. 늘 그렇잖아요. 새삼 왜 그렇게 신경을 써요?”

 “그래서 내가 짜증이 나는 거라니까. 도대체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거야?”


 투덜거린 토니는 바로잡힌 넥타이만 괜히 털어보곤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페퍼와 눈을 마주쳤고, 페퍼의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 사이의 주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려 펴며 말을 이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고, 빠져나갈 방법이……. 캡틴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면 그만인 인물이고, 애초에 캡틴 아메리카잖아. 그 인사를 건들 간 큰 놈은 없다고. 나야 이 재산에 내 담당 변호사만 해도 수십인 데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로펌 하나를 살 수도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그래서 건들일 생각조차 않는 거고. 하지만, 페퍼. 걔한텐 아무것도 없어. 걔는 자기가 스파이더맨인 게 밝혀지면 당장 직장에서도 잘릴 위기라고. 잘리기만 하면 다행이게? 거기서 소송이라도 걸어 봐.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을 걸.”

 “어차피 당신이 다 해결해줄 거 아니에요?”

 “나야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애진작에 스타크사에 입사하라고 했다고! 내가 능력이 없어서 못 그런 줄 알아? 근데 그 자식이 거절했단 말이야. 분명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고! 아무리 방법을 찾아도 뭔가 딱 이거다, 싶은 게 없단 말이지.”

 [주인님.]

 “지금은 아니야, 자비스. 너랑 농담 따먹기할 기운 없어.”

 [지금 기자회견장으로 출발하셔도 10분 정도 늦습니다.]

 “젠장. 아머를 입고선?”

 [늦을 리가 없죠.]

 “토니, 설마 그럴 건-”


 자비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머를 갖춰입은 토니는 페퍼에게 어깨만 으쓱여 보인 채 창문을 깨고 그대로 나가버렸고, 졸지에 홀로 남게 된 페퍼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진 유리창과 그 잔해를 지켜보며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


 소란스럽던 기자회견장은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토니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순식간에 고요해졌고, 제시간에 도착했다는 자비스의 알람을 들은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아머를 벗어 한쪽 구석에 세워둔 채 단상에 올라섰다. 단상 아래 놓인 의자들 앞쪽엔 기자들이, 그리고 그 뒤쪽으로 놓인 의자엔 토니로서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있었고, 사람들 얼굴을 눈으로만 훑던 토니는, 낯익은 데일리 뷰글의 기자를 확인하곤 한숨을 내쉰 뒤 마이크를 고쳐 잡고선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제 기분상으론 거의 10년은 된 거 같은데, 맞습니까?”


 터무니없는 토니의 셈법에 몇몇이 웃음을 터트렸고, 그런 그들에게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인 토니는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전 페퍼에게 받아 안쪽 주머니에 넣어놨던 성명서를 꺼내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늘 그렇듯, 대본은 대본으로 남겨두도록 하죠. 여기 계신 여러분이나 저나 시간 낭비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대와 달리 스파이더맨은 그 병신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뭐, 거미줄 때문에 그 병신의 살해범이 그 병신을 살해하는 게 더 쉬워졌을지는 모르나, 여러분. 그 친구는 그 병신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토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쪽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떠났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박은 채 입을 굳게 다문 토니는 뒤쪽 의자 중 하나에 앉은 흰색 정장의 거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자신의 바로 앞에서 미친 듯이 손을 들기 시작한 기자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가 단상 위로 못해도 서너장은 되는 성명서를 펼친 뒤 하나하나씩 접기 시작하며 빙긋 웃었다.


 “팔은 내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손드신 열정에는 죄송한 말이지만, 오늘은 여러분이 질문하는 날이 아닙니다. 제가 말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날이죠. 그 질문은, 여러분이 방금 나간 몇몇 예의는 밥 말아 먹은 인간 말종과 같은 행동을 하는 걸 막기 위해 마지막에 던지도록 하겠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말한 토니는 다 접은 헬리케리어 모형의 종이비행기를 앞쪽으로 날렸고, 어느 새 팔을 내린 기자들 틈에서 기자들 중 하나가 그 종이를 주우려 하자 그를 제지한 보디가드가 종이를 주워 다시 단상 위로 올렸다.

 

 “전 오늘 여기에 쉴드 국장이나, 어벤져스의 대변인이 아닌 스파이더맨의 친구로서 왔습니다. 그리고 그 스파이더맨의 친구로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의 기대나 상상과 달리 그 친구는 빌런이 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모두가 빌런이 된다고 해도 빌런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병신같이 착하고 너무나 순진무구한 인사죠. 아마 그 친구가 빌런이 된다면, 아주 만약에 말이죠. 빌런이 된다 해도 생길 피해라고는 열심히 돈 벌어서 빈민가에 미친 듯이 돈을 뿌린 탓에 생길 인플레이션 정도일 겁니다. 그것도 그 친구 통장 잔고가 빵빵해졌을 때의 이야기이긴 한데,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으니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군요.”


 이젠 아예 자신의 단상 앞에 자리 잡고 선 보디가드를 흘깃 쳐다본 토니는 다시 단상 위로 올라온 헬리케리어를 중앙에 세운 뒤 그 옆으로 아이언맨 아머 모양의 종이를 세워놓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뭐 어느 영화의 문구처럼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리고 우리가 가끔 보았던 누군가처럼, 열정이, 분노가, 그리고 무기력함이 좋은 사람을 냉혹하게, 그리고 빌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치 않겠습니다. 그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또 한 가지 제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그 무엇도 그 친구를 그런 식으로 탈바꿈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기에 이 친구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왔어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을만한 것들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말입니다. 고작 열정이나 분노, 무기력함, 그 따위로 빌런이 될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애진작에 우리의 친절한 이웃을 잃었을 겁니다.”


 자기도 모르게 점점 격양되어 가는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 말을 멈췄던 토니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한숨에 쓰러진 아이언맨 모형을 다시 세운 토니는 헬리케리어의 반대편으로 캡틴 아메리카 모형을 세웠다.


 “그는 당신들이 마지막까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그 마지막까지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숨을 내쉬는 그 순간까지도 이 뉴욕을, 그리고 당신들의 친절한 이웃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설사 그가 살리려 했고 지키려 했으며 살려왔고 지켰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바로 지금 여기 계시는 여러분처럼 그가 하지도 않은 일로 그를 비난하고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해도, 제가 당장 빌런으로 변해 여러분에게 총을 겨눈다면 득달같이 나타나, 자신이 수없이 봐와야만 했던 그 등들과 비난은 모조리 잊은 채 당신들을 구할 거란 말입니다. 여러분의 지갑이 길거리에서 소매치기 당하고 뒷골목으로 끌려가 강도를 마주했을 때, 저나 어벤져스의 이름이 아닌, 제일 먼저 그의 이름을 떠올리듯이 말입니다. 그는 아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과 당신의 적 사이에 선 채 단순히 자신이 당신들보다 강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신의 적과 마주하겠죠. 그 적이 자신보다 얼마나 더 강한지는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말입니다.”


 조용해진 회장 내로 소음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말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손을 놀려 스파이더맨을 만든 토니는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켜 덤빌 듯한 자세의 스파이더맨을 헬리케리어 앞에 세운 뒤 내내 단상 아래로 향해있던 시선을 들어 의자들 뒤로 주르륵 늘어선 카메라들을 응시했다.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고 검게 죽어 있었다.


 “제 친애하는 뉴욕 시민 여러분, 그리고 멍청하기 그지없는 여러분, 그 친구는 하늘에서 여러분을 위해 추락한 천사도 아니오, 소위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는 히어로도 아닙니다. 애초에 그 스스로가 원한 칭호가 그게 아니라는 건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는,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입니다. 정작 이웃을 돕기 꺼려하는 여러분들과 달리 이웃의 일이라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뛰어나가는 그런, 이웃 말입니다. 그는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자기가 가진 힘으로 빌런들을 잡으며 희열을 느끼기 위해 자경단 노릇을 하고, 신 놀음을 하는 그런 병신이 아니라, 당신들과 저 거리를 걷고, 월급날 잠시 기뻐하다 금세 비워져나가는 통장 잔고에 애통해하는, 당신들과 똑같은 이 뉴욕시에 사는 당신들의 이웃 말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토니의 시선은 기자회견장 한 면을 이루고 있는 유리창으로 향했고, 뒤쪽에 세워져 있던 카메라들이 일제히 그의 시선을 따라 그 넓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뉴욕 전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잠시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던 토니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자 한 대를 제외한 카메라들이 다시 그를 담아내기 위해 앵글을 돌렸지만, 당황한 얼굴로 유리창 밖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있던 카메라맨 하나가 카메라를 그대로 고정시켜놓은 채 그대로 회견장을 벗어나갔고, 토니가 말을 잇지 않고 인상을 찌푸린 채 그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을 때 자비스와 연결되어 있는 그의 이어링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마침 그 카메라 옆에 있던 다른 방송사 카메라맨이 문제의 카메라의 앵글을 토니에게 돌려놓았고 이어링을 두 번 두드려 알람을 끈 토니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나 여기 서 있는 저와 달리, 그는 빌런이 되기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나도 많은 죽음을 봐온 사람입니다. 그는, 죽음이라면 학을 뗀 사람이며, 설사 그것이 자신의 적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설사 그 죽음이 죽어 마땅한 이의 것일지라도 온 힘을 다해 막을 정도로 죽음이라면 기가 질린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가 이 뉴욕에 얼굴을 들이민 이후, 단 한 번이라도 자의적으로 판결을 내려 다른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보신 분이 있으십니까? 만일 그랬다면 오늘도 이 자리에 와서 스파이더맨을 깔 거리를 못 찾아 안달이 난 저 데일리 뷰글이 조용히 있지 않았겠지요. 말도 안 되는 루머와 한 순간의 돈을 위해, 혹은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시청률을 위해 당신들의 친절한 이웃이 되어왔던 한 사내를 잃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실 분들이 아니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이 사태를 지켜봐온 저로서는 그 멍청한 사태가 조만간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그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군요.”


 토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줄 쪽에 앉아있던 기자들과 뒤쪽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핸드폰의 알람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고, 잠시 그들이 알람을 끄는 것을 기다린 토니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술렁이기 시작한 사람들을 쳐다보다 자신의 귀에서 다시 울리기 시작한 자비스의 알람을 끈 후 말을 계속 이어갔다.


 “좋습니다. 그래요, 스파이더맨이 당장 그 얼굴을 까고 재판대에 올라 무슨 죄목으로건 교도소에 갔다 치자 이겁니다. 여태껏 여러분의 곁에서, 그리고 여러분이 거닐던 그 거리에서, 여러분과 제가 걷던 바로 그 거리를 지키던 그 친구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대적했던 그 수많은 적들에게 모든 신상이 까발려졌다 치자, 이겁니다. 바로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스파이더맨이 교도소로 보냈던 그 수많은 빌런들과 강도들이 꿈 꿔 마지않았던 바로 그 일이 벌어졌다 치잔 말입니다. 그들이 원하던 복수는 근시일 내로 스파이더맨의 가족, 친구들에게 일어나겠지만,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안 그래요? 우리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여기 앉아계신 기자 여러분들은 그 건으로 기사나 좀 더 쓰고 뉴스들은 시청률이나 올리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저는 또 이런 자리나 만들어 유감 의사나 표하면 그만이고요. 그 모든 비극들, 그 모든 슬픔은 그가 응당 감당해내야 할 일이니까요. 누가 그에게 우리들을 구해달라고, 혹은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요청이나 했느냔 말입니다.”


 신경질적으로 말을 잇던 토니는 다시금 울리는 이어링을 두 번 두드린 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앞줄의 기자들을 흘깃 쳐다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서 이 모든 사태를 수수방관하던 여러분의 돈이 맡겨진 은행이 털릴 때, 혹 당신들의 지갑을 소매치기가 빼앗아 소리를 질러도 다른 시민들이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갈 때, 아니. 치솟는 불길에 소방관들마저도 진입을 망설이고, 경찰조차도 힘에 부치는 빌런이 나타나 여러분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때, 어벤져스는 이 뉴욕에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자신들의 히어로를 비난하기 바쁜 여러분을 위해 싸우려고 나타날 제 2의 스파이더맨은 없을 겁니다. 자, 여기서 이제 제가 여러분께 질문을 하죠.”


 토니가 잠깐 말을 끊은 사이 일전의 알람 이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기자들과 그 뒤로 앉은 사람들의 핸드폰들이 다시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고, 유일하게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흰색 정장을 입은 거구의 사내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본 토니가 다시 울리기 시작한 이어링에 응답해 한 번 두드리자, 기다렸다는 듯 자비스의 음성이 그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메인 스트릿에서 다수의 빌런과 경찰이 대치중입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인님.]


 들려온 소식에 침음을 낸 채 고개를 숙였던 토니는 핸드폰 화면을 켰던 기자들과 사람들이 그대로 굳어있는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 조소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과연 그런 상황, 아니 이제는 ‘이런’ 상황이겠군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스파이더맨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제야 다들 스파이더맨의 형량 감축 서명서를 만들어 돌리실 작정이시냔 말입니다. 그래요, 그 병신 같은 친구가 지금 당장 구속당해 자신의 신상이 낱낱이 까발려질 위험을 감수하고 여러분을 위해 또, 나섰다는 군요. 아마 그 친구는 여러분 때문에 모든 신상이 낱낱이 까발려진 채 교도소에 처넣어진다고 해도, 혹은 그 뒤에 여러분이 염치불구하고 그를 다시 찾는다고 해도,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죠. 하지만 여러분은요? 그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도 한 치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그의 이름을 부르실 수 있겠느냔 말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토니는 재빨리 단상 위의 모든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우겨넣은 뒤 아머를 불러 착용했고, 여전히 돌처럼 굳어 본인들의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아시다시피 전 급한 일이 생겼으니 먼저 자리에서 뜨죠.”


 아머의 전면 커버조차 올리지 않은 채로 말한 토니는 그대로 유리창을 깨며 밖으로 나가버렸고, 토니가 낸 요란한 소음 후에도 기자회견장 내로는 침묵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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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idey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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