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웨이드로.
썰/덷거미덷 2016. 6. 2. 18:54 |- 피터를 부둥부둥 해줬으니까 덷풀이나 괴롭혀야짘ㅋㅋㅋㅋㅋ
- 쓰면서 들은 노래는 Sing Street의 To find you.
01.
그는 그 청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02.
흥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곤 했다.
03.
자석의 서로 반대되는 극성이 이끌리듯, 자신과 너무 다른 모습에 이끌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04.
그리고 그는 자신의 그런 생각들이 틀렸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05.
싸늘하게 식은 시체는 그의 팔에 안겨 늘어져 있었고, 그의 칼은 골목 안에 즐비하게 쌓인 시체 틈에 섞여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06.
평소라면 그가 질색할 법한 책임이나 정의, 법들을 떠들어댈 입술은 느슨하게 벌어진 채 마지막 숨을 내보낸 채로 다물어지지 않은 채였고, 깨어진 렌즈 틈으로 드러난 눈에 풀린 동공은, 아무것도 담아내지 못한 채 벌어져 있었다.
07.
늘상 부적절한 때에 끼어들곤 했던 그의 박스들조차도 할 말을 잃은 채 침묵하고 있었고, 햇볕 하나 들지 않는 골목 안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는, 여전히 청년의 시체를 끌어안은 채였다.
08.
새파랗게 변한 입술과 대조적으로 붉기만 한 수트에선 피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지만, 언젠가 그가 농담처럼 말했던 것처럼, 색만 더 진해졌을 뿐 이 젊은 청년의 부상을 철저히 숨겼고, 푹 꺼진 흉부나, 기괴한 모양으로 꺾인 신체부위만이 이 청년이 얼마만큼의 고통을 견디며 고군분투했어야 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09.
그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때 제 연인이었던 그녀가 그 청년을 되돌려 보내주기를, 아마도 어쩌다 잘못된 길에 들어선 거라며 청년에게 호통을 치며 되돌아갈 것을 명해주기를.
10.
어느 새 어두워진 거리엔 길을 오가던 시민들조차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영원히 잠들어버린 그들의 친절한 이웃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이 또한 그 청년을 따라 여행을 떠난 참이었다. 골목은, 여전히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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