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3
썰/덷거미덷 2019. 2. 21. 02:11 |여름이 된 거리는 부산했다. 그늘막을 잔뜩 내린 가게 유리벽엔 여름 특선 메뉴 포스터들이 붙어있었고, 바싹 마른 보도블럭을 적시는 건, 아이스 음료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유일했다. 더위를 식힐 비는 도시를 찾지 않은지 오래였고, 태양이 작열하는 거리 위의 사람들은 짧은 옷을 입은 채 제각기 할 일에 몰두한 채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고민 끝에 수트를 집에 두고 다니기 시작한 피터는 그 거리를 걸어서 하교를 하는 중이었고, 줄지어 있는 포스터들을 보다 결국 유혹에 못 이겨 얼마 전 열었다는 빙수집의 문을 열었다. 가게는 아마도 그와 같은 이유로 가게를 찾은 이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빙수를 든 채로 자리를 찾아 헤매던 그는, 이상하게 비어있는 창문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문을 따라 길게 놓여진 테이블은 가운데에 앉은 사내 양 옆으로 자리가 비어있었고, 피터는 테이블 가까이로 가서야 왜 그의 양 옆으로 자리가 비어있는지 깨닫곤 고개를 저으며 비어있는 자리로 다가가 사내에게 물었다.
“여기 자리 있나요?”
딸기시럽이 가득 올려진 빙수를 막 푸던 사내가 고개를 저었고, 감사하단 인사를 한 피터는 건너편 거리의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스파이더맨 노릇을 멈추건 말건 살인사건은 계속되고 있었다. 뉴스 기사와 별개로 사태를 대충 파악한 듯한 범죄자들이 뉴욕시를 벗어나기 시작한 때도 있었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눈치 챈 건지 범인은 그들이 벗어나기 바로 전날 혹은 벗어나는 그 날 그 사람들부터 살해했고, 암암리에 퍼진 소문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다 녹으면 차가운 죽 먹어야 될 걸.”
“네?”
피터의 되물음에 사내는 말없이 숟가락으로 이미 녹기 시작한 빙수를 가리켰고, 아니나다를까 빙수는 이미 형태를 잃고 무너진 상태였다. 한숨을 내쉬고 빙수를 숟가락으로 찔러 섞던 피터는 뒤늦게 사내의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지만 사내는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 * *
“똑똑, 똑똑똑, 똑, 똑.”
리듬감 있는 노크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 퍼지자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웅크리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물쇠로 떡칠이 된 문을 열기 전 문구멍으로 현관문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 그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현관문 바로 밖에 있는 상자를 문 안으로 끌어오던 그는 시선 끝에 걸린 어둠 속의 사내를 발견하곤 재빨리 문을 닫으려했다. 하지만, 그의 비명이 목구멍을 나가기도 전에 총구가 그의 입을 비틀어 막았고, 밝은 빛과 함께 그의 몸이 현관바닥으로 쓰러졌다. 총구에 묻은 피를 대충 털은 사내는 현관문 밖에 있던 상자를 발로 밀어 넣은 뒤 조용히 현관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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