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ool Back in Black_Chapter 01
썰/덷거미덷 2019. 2. 21. 02:08 |건물 안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흘깃대던 피터는 명랑한 소리를 내며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 생각에 잠겼다.
평소와 달리 싸늘한 목소리로 전화한 토니는 빌런을 잡던 중이더라도 지금 당장 그의 사무실로 오라고 나지막이 말했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피터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단 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말 한 마디당 최소 두 세마디는 농담을 하던 토니였기에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심각한 일일 거라 생각한 피터는 집에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학교 수업도 빼먹은 채로 교실을 나섰고, 교문 앞에 서있는 검은 색 차를 보곤 자신의 예상보다 심각한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 상태였다.
차 안에서 수트로 갈아입으라고 했다고 말한 해피는 그가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가림막을 올려버렸고, 그의 손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은 상태였다. 수트가 끊임없이 그의 땀을 날려버렸지만, 그 때마다 나온 땀은 그의 손을 끊임없이 적셨고,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가설들이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그렇게 세워졌던 수많은 가설들은 그가 사무실 안의 또 다른 사람을 발견하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멍하니 서있는 그에게 다가온 경찰복을 입은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파이더맨.”
“캐런, 스파이더맨 목소리 변조 기능 키고, 스파이더맨, 여긴 이번 수사를 맡은 수사관이야.”
“어, 저도 반갑습니다? 근데 수사요?”
말없이 손짓으로 그에게 따라오란 시늉을 한 토니가 빠르게 걸어 스크린 하나를 허공에 띄웠고, 스크린에 뜬 머그샷들을 찬찬히 살피던 피터는 그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수사관의 시선을 피해 토니에게 물었다.
“이게 다 뭐예요, 토니?”
“어제 나온 뉴스의 시체들 중 신원이 파악된 사람들입니다.”
토니를 대신해 대답한 수사관은 피터가 어리둥절해 있는 걸 눈치 챈 듯 한숨을 내쉬더니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토니에게 말했고, 모두가 착석할 때까지 기다린 수사관이 내내 들고 있던 파일을 꺼내 사진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뉴스를 안 본 것 같으니 말씀드리죠. 어제 뉴욕 한 아파트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종종 고독사 사건이 있어서 경관 하나가 방문해서 집주인과 함께 문을 땄고요. 근데 그 안이 온통 시체더랍니다. 신원 파악하는데 고생 좀 했죠. 아시다시피 이제 곧 여름이잖아요?”
마지막 사진을 내려놓은 수사관이 턱을 괴고 있는 토니를 흘깃 쳐다본 뒤 열심히 사진을 살피고 있는 피터를 향해 물었다.
“아는 얼굴이 있나요?”
“음, 거의 다 아는 얼굴들 같은데요.”
“한 해에 당신이 우리 관할 경찰서로 넘기는 범죄자 수가 얼만지 압니까?”
“음, 아니요.”
“이번에 알게 생겼습니다.”
수사관에 말에 사진을 보느라 숙이고 있던 피터의 고개가 번쩍 들렸고, 한껏 벌어진 렌즈 모양을 한참 쳐다보던 수사관은 그와 시선을 맞추는 대신 사진으로 시선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유례없는 살인사건이라 모든 경찰관, 수사관이 이 사건에 매달려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를 썼죠. 지인, 전과, 지역, 성별, 인종, 다 따져봤는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설마 지금 제가 용의선상에 오른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용의선상은 아니고, 피해자들 공통점이 당신이었습니다.”
“네?”
차분한 표정으로 피터와 눈을 맞춘 수사관은 토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침묵이 이어지자, 테이블이라도 뚫을 기세로 머그샷들을 노려보던 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스파이더맨에게 잡힌 전적이 있을 것. 이건 뉴욕시 대부분의 잡범이나 빌런이 해당되는 거라 수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보였지. 중요한 건 두 번째 공통점이었어. 두 번 이상 같은 범죄를 저질렀거나 혹은-”
“혹은 당신에게 위해를 가했거나 가하려고 했던 사람들.”
“그 중에는 죄를 정말로 뉘우치고 잘 살고 있는 사람도 포함이었어. 진짜로 그냥 기회가 한 번 더 필요했던 사람 말이야, 스파이디.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거겠네요. 그래서 저를 급히 찾으신 거고요.”
“그건 경찰이 할 일이지. 내게 중요하고, 내가 지금 궁금한 건, 이 인사가 너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지야.”
이어진 토니의 말에 난처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떨군 수사관과 달리 심각한 목소리로 말한 토니가 피터를 똑바로 응시했고,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피터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주먹을 쥐었다. 등받이에서 등을 뗀 수사관이 테이블에 늘어놓았던 사진을 하나씩 집어 들기 시작했고, 말없이 피터를 쳐다보던 토니도 본인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피해자가 범죄자라고 수사를 멈출 순 없죠. 세상 살다 살다 범죄자들 보호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쨌든 뭐 범죄자라고 목숨이 여러 개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사람은 아니니까 어쩔 순 없는데, 문제는 다음 순서가 누군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도 그럴게-”
“수사 기록에 제 이름은 안 올라가니까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수사관이 어두운 표정으로 마지막 사진을 집어 들었고, 뒤늦게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본 피터의 시선이 사진으로 향한 걸 알아본 수사관이 사진을 흔들며 씁쓸하게 말했다.
“생활고에 몰려서 강도짓 했던 사람이었죠? 그러다 출소해서 나름 잘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에요.”
“말은 제대로 하셔야죠. 강도 미수였어요. 미수였다고요. 근데-”
“문제라면 당신과 몸싸움하면서 칼을 들었다는 거였겠죠, 범인한테는?”
피터가 끝맺지 못한 말을 맺은 수사관은 마지막 사진까지 파일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따라 일어난 피터에게 수사관이 손을 내밀었다.
“일단은 정보 수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몸 조심해요, 스파이더맨.”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의 손을 꽉 잡은 수사관은 토니에게 짧은 인사를 건넨 뒤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수트의 기능들이 무색하게 피터의 손은 식은땀에 젖어 축축한 상태였고, 건물 밖으론 사이렌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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