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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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걸려온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사진을 찍어오라는 조나 제임슨의 전화를 도중에 끊어버린 피터는 여전히 ‘스파이더맨’만 연신 뱉어내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쳐다보다 채널을 돌려보았지만, 오랜만에 잡은 확실한 시청률 상승 거리에 신난 방송사들은 모두 스파이더맨 특집 방송만 연신 틀어대고 있었고 결국 의미 없는 채널 돌리기를 관둔 피터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펼쳐진 뉴욕 정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기간 동안 그가 수없이 들락거리던 골목과 하루에도 수십번 거미줄에 의지한 채 그 사이를 오가던 건물들이 모두 창밖에 펼쳐져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는 고요했고 평화로워 보였다. 한참동안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던 피터는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알람을 끄고도 멍하니 서있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수업준비를 마친 후 백팩을 을러멘 후 집 밖으로 나섰다.


 토니와 스티브 로저스와의 통화는 별다른 결론 없이 끝이 났고, 오랜만에 큰 건수를 잡은 데일리 뷰글에서는 신이 나 스파이더맨의 진실이 밝혀진 기념이라며 ‘누구나의 친절한 이웃이 아닌 스파이더맨의 진실’ 이란 부제가 달린 기사를 미친 듯이 찍어내 무상으로 거리에 뿌려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무심코 받아든 신문에 크게 걸린 자신이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본 피터는 쓰게 웃은 후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고, 때마침 핫도그를 완성한 트럭 핫도그집 주인이 아무렇게나 던진 듯 보인 종이가 정확히 구멍을 통과해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고 낮게 휘파람을 분 뒤 입을 열었다.


 “어이없는 기사지, 안 그래?”


 예상치 못한 대사에 당황한 피터가 핫도그를 받아들다 흘러내린 뜨거운 소스에 놀라 막 건네졌던 핫도그를 땅에 떨어뜨렸고, 어깨를 으쓱인 사내는 오늘만 특별히 서비스로 하나 더 주겠다는 말을 한 뒤 말을 이었다.


 “그 친구가 우리 집 단골이거든. 가끔은 그 친구 기다리는 맛에 새벽장사 한다니까.”


 금세 만들어진 핫도그를 다시 피터에게 건넨 사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핫도그를 건넸고, 거절하려다가 얼결에 핫도그를 받아든 피터는 조금은 뜨겁게 느껴지는 핫도그를 베어 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벌써 수년이야. 수년이라고. 그 친구가 이 도시를 지킨 게 내 딸내미가 아장아장 걷다가 초등학교 들어갈 정도로 오래되었단 말이지. 그 긴 시간동안 이 도시의 친절한 이웃이 되어준 친구를 이렇게 몰아가다니 우스워서 코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라고. 데일리 뷰글에서 스파이더맨을 깐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니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시체에 몰려든 대머리 독수리 떼도 아니고 다들 떠들기 바쁘니, 원. 아, 그렇다고 우리 스파이더맨이 시체라는 건 아니고.”


 핫도그집 주인이 말하는 동안 핫도그를 충분히 먹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는 어느 새 최대한 천천히 핫도그를 씹으며 사내의 말을 듣고 있었고, 자기 생각에 빠져 그런 피터를 자세히 보지 못한 사내가 계속해서 말했다.


 “내 생각에 이 상황에서 가장 괴로울 건 그 젊은 친구일 거란 말이지.”


 ‘젊은’ 친구란 말에 놀라 사레가 들린 피터가 콜록거리기 시작하자 핫도그집 주인은 오늘 서비스가 너무 과한 것 같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콜라를 건넸고 한 손에 여전히 반쯤 남은 핫도그를 든 채로 콜라를 받아든 피터가 단숨에 콜라를 들이키려다 다시 콜록거리다 그에게 물었다.


 “젊은 친구인 건 어떻게 아세요?”


 기침을 하느라 얼굴이 붉어진 피터를 빤히 쳐다보던 핫도그집 주인은 피식 웃은 뒤 피터가 겨우 꺼낸 지폐를 손가락으로 튕겨 거절한 뒤 그에게 답했다.


 “대가 없이 남을 돕겠다는 생각자체가 어리기 그지없지. 책임질 가정도, 돈 내놔라, 일찍 들어와라, 애 좀 집에 데려와라 닦달한 와이프도 없지 않고서야 그런 위험을 무릅쓰기는 어렵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요?”

 “목소리가 젊던데, 뭐. 바로 자네처럼 말이야. 잠만, 그러고 보니까 체형도 자네랑 비슷한 거 같은데…….”


 핫도그집 주인이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하자 재빨리 남은 핫도그를 입에 우겨넣은 피터는 입 안에 가득 들어찬 핫도그를 씹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감사 인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지폐를 가판대 위에 올려놓고 이미 늦은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향해 뛰었다.

Posted by Spidey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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