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_the Greeting
몇 남지 않은 낙엽이 바람에 날리다 추락하거나 사람들 발에 치여 나뒹굴고 있었다. 무심코 발을 옮기던 그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그녀의 발에 밟힌 낙엽은 반으로 쪼개져 바스라져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발 옆으로 빗방울이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졌고, 빗방울에 젖은 아스팔트가 점점이 물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걸음을 옮기지 않은 채로 그녀의 발에 일그러진 낙엽을 쳐다볼 뿐이었다. 한 나무의 한 해를 지켜내고 지금은 빛바랜 저 색으로 물들어 화려했을 낙엽은 그 어느 때보다 메마른 채 자신을 품어줄 땅조차 찾지 못한 채로 방황하다 그녀의 발에 밟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천천히 발을 들어 올린 그녀는 거칠게 불어온 바람이 낙엽의 잔해를 쓸어갈 때까지도 바닥에 시선을 박은 채 서 있었고, 점점 거세지는 빗발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또 다시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흩고 사라지자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머리칼을 정리해 그 위로 목도리로 감은 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익숙한 광고 화면을 띄우고 있는 길 건너편의 대형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녀에게 일상이란 고루했고 지루했다. 삶이라는 것조차도 그녀에겐 평이했고 생명이란 보잘 것 없는 것에 불과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운이 좋다면 몇 줄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었고, 그나마도 보통은 스쳐지나가는 것이 다인 것들이었다. 그녀에게 인간이란 그녀 발치에 치인 저 낙엽만큼이나 하잘 것 없는 것이었고, 무의미했다. 그러기에 그녀는 매일 같이 흘러나오는 뉴스에서 말하는 상실이나 사건 사고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흘러넘치는 시간을 보낼 다른 것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비슷한 플롯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보다는 나은 뉴스를 틀어놓은 채 시간을 보내는 게 그녀가 여가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만일 매일 같이 같은 단어만 내뱉는 그 사내가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그녀는 처음 그녀가 가졌던 그녀의 생각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물 흘러가듯 시간을 흘려보냈을 터였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을 보고 그러하듯, 그렇게.
처음 그가 뉴스 화면에 등장하던 날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격분해 떠들던 그 사내만큼이나 그에게 냉담했던 그녀는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치기 어린 듯 보이는 그 영웅 행세를 그만두리라 확신했지만, 그 확신은 몇 년간의 뉴스 시청으로 산산이 깨어진지 오래였다. 그녀에게 그는, 일종의 예외였다. 물론, 그조차도 몇 줄의 기록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오히려 공개적인 망신과 모욕 그리고 그의 선행에 덕을 본 이들의 감사 이외엔 오히려 손해만 넘치는 그 삶을 몇 년째 이어오는 그의 행적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의 선행이 이어지는 내내 그의 이름을 외치며 고함을 쳐대는 사내의 프로그램은 그녀가 시간을 지켜 챙겨보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내리는 비와 상관없이 건너편 건물에 걸린 대형 스크린을 쳐다보던 그녀는 늘상 걸려있던 광고화면이 7시를 알리는 시계로 바뀌자 조용히 미소 지었고, 7시를 알리던 시계 화면은 그녀에게는 꽤 오래전부터 익숙해져버린 뉴스 로고로 바뀌었다. 매일같이 스크린에 고개를 내밀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사내의 콧수염을 마주한 그녀는 움츠렸던 어깨를 펴며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목도리로 얼굴을 묻었고, 익숙한 멘트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일 것 같습니까! 만일 이 질문을 저, 조나 제임슨에게 던지신다면 전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건 뉴욕시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바로 그 -]
“스파이더맨 때문이죠!”
조나 제임슨과 거의 동시에 멘트를 외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고, 계속되는 사내의 말을 반쯤 흘려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보기에 저 사내가 수많은 뉴욕시의 히어로들을 다 내버려두고 그만을 저토록 깎아내릴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수많은 변호사를 거느린 토니 스타크가 속한 어벤져스는 제쳐두더라도 만일 저 사내가 데어 데블에게 저토록 못 되게 굴었더라면 데어 데블에게 도움을 받은 헬스 키친의 우락부락한 이들에게서 토마토 따위를 얼굴에 맞았을 터였고 퍼니셔를 향해 저 소리를 했다면 저 머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데일리 뷰글 창문에 총알 두어개는 박혔을 터였지만, 저 사내가 저토록 깎아내리는 그는, 모두의 친절한 이웃이라는 그 바보 같은 캐치프레이즈만큼이나 바보 같이 자신을 모독하는 것 외의 별다른 악행을 저지른 적이 없는 저 사내에게 위해를 가할 일이 없는, 소위 말하는 호구에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일 터였다. 더군더나 그가 돕는 이들은 대체로 소시민에 가까웠기에 그들 중 그나마 나은 인간이라 치더라도 저 사내에게 고함 한 번 칠 배짱이 없는 인간일 가능성이 높았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는 뉴욕시의 친절한 이웃일지 몰라도 그를 제외한 다른 뉴욕 시민들은 자신의 이웃에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기에 개중 몇몇은 그가 도와준 것조차도 대수롭게 생각지 않는 인간일 가능성이 높았다.
조나 제임슨의 고함이 끝나고 이어지는 뉴욕시의 친절한 이웃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을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채곤 천천히 돌아섰고, 아마도 그녀와 같이 대형 스크린을 보고 있었을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멋쩍게 웃어 보이더니 그녀에게 불쑥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어,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올라간 입 꼬리를 응시하던 그녀는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그녀가 손을 마주 잡아주지 않자 어색하게 손을 올려 머리를 긁적인 사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비까지 맞으면서 본방 사수를 하시는 걸 보니 제 보스 팬이신가 보네요.”
“……안티 팬도 팬이라면 팬인 거겠죠. 저 사람이 보스라니 반갑네요. 이름이……?”
“피터 파커요. 피터, 벤자민, 파커. 그보다 안티시라고요?”
순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냉담한 어조에 기가 질린 피터가 바싹 말라오는 입술을 축이며 다시 질문을 던졌고, 눈썹을 치켜 올린 그녀가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그의 질문에 답했다.
“정시 방송을 챙겨본다고 반드시 팬이라는 법은 없죠, 피터. 피터라고 불러도 되죠?”
“아, 네. 그럼요. 되죠.”
피터에게 어깨를 으쓱인 그녀는 여전히 스파이더맨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을 늘어놓는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고, 화재 사건에 뛰어들었다가 새까맣게 변한 코스튬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몰꼴의 스파이더맨과 그런 그와 달리 멀쩡한 수트를 입은 채 막 구해낸 아이를 안고 있는 아이언맨이 함께 찍힌 사진을 보곤 피식 웃었다.
“하하. 우습죠. 하.”
어색한 웃음소리를 낸 피터가 우산을 든 채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눈동자만 움직여 그를 쳐다본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조나 제임슨이 보스시라고요?”
“넵. 최고의 보스시죠. 올해 최고의 CEO에 안 오른 게 통탄스러울 지경이라니까요.”
“그래요? 그런 거 치곤 댁 카메라 가방이 배가 무척 고픈 거 같은데요. 봐요, 입을 저렇게 벌리고 있잖아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피터는 주머니를 빠져나온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따라가다 솔기가 터진 가방에 낮게 신음했고, 솔기가 터진 부분으로 비죽 나온 카메라 몸체에 적힌 기종 넘버를 확인한 그녀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그 모델을 취미로 들고 다니는 건 아닐 테고, 사진기사신 거 같은데……. 혹시 저 사진들을 찍은……?”
“아뇨! 아니에요! 전 신문 쪽입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명함도 없네요.”
당황한 피터가 몸까지 흔들릴 정도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그의 몸과 함께 우산이 흔들린 탓에 얼굴에 튄 빗방울을 닦아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 그 기사 사진. 스파이더맨이 올 해의 빌런상을 놓치다?”
그녀의 작은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은 피터가 솔기가 터진 부분을 만지작거리다 그대로 얼어붙었고, 얼굴에 튄 빗방울을 다 닦아낸 그녀가 그런 피터와 눈을 맞추자 손으로 솔기 부분을 움켜쥔 피터가 진저리치며 웅얼거렸다.
“아우, 설마 데일리 뷰글 신문도 구독해요?”
“뉴욕시민 치고 데일리 뷰글 안 읽으면 아웃사이더 아니면 외국인이란 말이 있죠.”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피터는 만지작거리면 거릴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틈을 노려보다 한숨을 내쉬었고, 그를 따라 한숨을 내쉰 그녀는 그에게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한 뒤 가방을 뒤적거려 스카치테이프를 꺼내어 그의 카메라 가방 안쪽에서 봉합을 시도했다. 그녀에게 가방을 건네며 손이 닿자 얼굴이 붉어진 피터가 스카치테이프 덕에 붙어있는 솔기를 보고 환호하기도 전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솔기가 다시 뜯어졌고, 이제는 카메라 몸체를 반쯤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에 한숨을 내쉰 피터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낫겠어요.”
그런 피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드러난 카메라 몸체를 덮었고, 피터가 만류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올해 최고의 CEO 상을 안타깝게 놓쳤다는 그 보스한테 가방 비용이나 카메라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죠.”
여전히 자신의 카메라 가방을 쳐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한 피터는 잠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농담이나 하자 싶어 입을 열었고 곧 후회했다.
“오, 제가 그러면 그럴 걸요? ‘이 망할 싸구려 카메라 가방을 내 비싼 대리석 마감 책상에서 내려놓지 못하겠나, 파커?’ 그럼 전 이러겠죠. ‘이건 싸구려가 아니라 빈티지라고요!’ 그럼 보스는 또 이럴 거구요. ‘빈티지가 아니라 구제겠지! 구제! 옛날엔 그냥 싸구려였다가 이제는 케케묵은 싸구려 구제!’ 그럼 전 어쩔 수 없이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눈으로 그럴 거고요, ‘이건 제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주신 거라구요…….’ 그럼 보스는 또 이러겠죠. ‘그건 자네 알 바지, 내 알 바는 아니잖나!’ 그리고 덧붙이겠죠. ‘비서! 파커에게 돈 쥐어주고 내보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쓸데없이 말을 꺼냈단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던 피터는 다시 눈을 뜨자 마주하게 된 안쓰러운 듯한 눈빛을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떨구며 그녀에게 물었다.
“미안해요. 제가 말이 너무 길었죠? 어디까지 가세요? 전철역까지는 씌워드릴게요. 저도 전철을 타서-”
“음. 아니에요, 피터. 사실 제 차가 아까부터 대기 중이라서요.”
미안한 표정으로 웃은 그녀가 턱짓으로 그들과 조금 거리를 둔 채 대기 중인 차를 턱짓으로 가리켰고 뜨악한 표정으로 그녀가 가리킨 차종을 본 피터가 어색하게 웃으며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그녀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피터. 이거 받으세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명함을 내민 그녀는 명함을 건넨 뒤에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은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피터의 반응을 기다렸고, 옅은 푸른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피터는 명함 앞면에 적힌 이름을 보곤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
“아멜리아 허니 오스왈드? 미들네임이 허니예요?”
피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그녀가 다시 명함을 빼앗으려했지만 그녀의 주머니에서 손이 빠져나오는 걸 본 피터가 얼른 바지주머니에 명함을 쑤셔 넣었고 한숨을 내쉰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은 뒤 삐딱한 어조로 그를 타박했다.
“그 앞에 있는 글씨는 안 보이나보죠? 편집장이라는 단어요.”
“음, 그게 왜요?”
“피터, 바보 흉내를 낼 거면 좀 더 노력하는 게 좋겠어요. 지금 이직 제안 받은 거예요. 스파이더맨 사진에 관심 있는 게 데일리 뷰글뿐이 아니라는 걸 조나 제임슨도 알 때가 됐죠.”
말을 마친 에이미가 고개를 갸웃한 채 피터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피터는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카메라 가방 끈만 만지작거렸고 그의 침묵에서 답을 읽은 에이미가 한숨을 내쉬자 어깨를 으쓱인 피터가 미안한 어조로 그녀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게……조나가 성질이 좀 더럽기는 해도 어쨌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분이라서요, 이렇게 뒤통수를 치기는 좀…….”
“고등학교 때부터요? 스파이더맨이 등장한 게 피터가 고등학교 때였단 소리잖아요. 그럼 나이가……?”
“노코멘트 하겠어요, 아멜리아 오스왈드양.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가져갔다고요.”
장난스럽게 말을 받는 피터를 향해 발걸음까지 멈춘 채 눈썹을 치켜 올린 에이미가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피터를 보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녀를 보고 피터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그거야 그 쪽 선택이니 더 이상 말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피터, 이쪽 업계가 생각보다 좁다는 것만 알아둬요. 당신 신상 정도는 1달러면 얻을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여기선 자세히 말하기 어렵겠지만 이 자리를 걷어차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거란 것도요. 사장이 제 친구고, 걔도 스파이더맨 팬이라 제 추천 정도면 취업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구요. 아, 물론 그 기사들에 대해선-”
“오스왈드양.”
“에이미라고 불러요, 피터. 그리고 섣불리 거절할 생각도 접어두고요. 일단 연봉이라도 듣고 거절하란 소리예요. 좀 더 생각해보고 전화 줘요.”
차 문 앞에 선 에이미가 차에 오르는 대신 주머니에 다시 손을 꽂아 넣고 피터의 대답을 기다렸고, 일자리 때문에 고민 중일 거라는 에이미의 예상과 달리 다른 생각에 빠져있던 피터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제 팬이라고요?”
“네?”
에이미의 되물음에 정신을 차린 피터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젓더니 목을 가다듬었고,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로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에이미에게 다시 물었다.
“아, 저 말고 스파이더맨이었죠.”
“네.”
“근데 친구도, 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럼 대관절 뉴욕시의 아이돌 조나 제임슨을 싫어할 이유가 스파이더맨 팬 외에 무슨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피터? 아, 그리고, 피터.”
거침없이 말을 잇던 에이미가 잠시 말을 멈춘 채 망설였고, 웃음을 멈춘 피터는 여전히 우산을 그녀 쪽으로 기울인 채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취업할 생각이 없어도 전화할 거죠? 저녁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요, 안 그래요?”
말을 잇기 전 잠시 망설인 것과는 달리 윙크까지 한 에이미는 피터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차 문을 열고는 얼른 올라타 버렸고, 차가 무거운 엔진음을 내며 자리를 뜨는 데도 피터가 그 매연을 다 맞으면서 한 손엔 우산을 든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뒤쪽 창문으로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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